우아함과 농익은 편안함의 하모니

지난 10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공연한 대전시립무용단의 2014 신년맞이 명무초청 '전통춤의 향연'은 전통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 편견을 깨뜨리며 세계에 통할 세련미와 보편적이고도 전형적인 한국춤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줬다.

공연은 우리춤보존회 회장인 정인삼선생의 '소고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7호 호남산조춤 보유자인 이길주 선생의 '호남산조춤'과 시립무용단 정은혜 예술감독의 '살풀이춤', 시립무용단 단원들의 전통춤과 계룡대동굿까지 전체 8개 작품이었다. 시립무용단원들은 '새가락별무', '학연화대처용무합설', '장고춤', '부채춤', '계룡대동굿' 다섯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한국 전통춤이 가지는 우아함과 흥겨움, 단아함과 화려함, 고요함과 웅장함의 묘미를 동시에 선사하였다.

소고춤을 선보인 정인삼 선생은 칠순을 넘기신 나이가 무색하게 무대에서 악동 같은 마력을 분출하였다. 한국민속촌 농악단과 연정국악연주단원의 연주가 함께 어우러진 소고춤은 선생의 생동감 있는 표정과 몸짓, 툭하고 떨어지는 호흡의 맺음과 소고의 정숙과 역동감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호남산조춤을 보여주신 이길주 선생은 아담한 체격과 달리 변화무쌍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의 춤 넘김은 연약한 여인에서 호남평야를 호령하는 여장부로의 변모를 보여 주는 듯 하였으며, 스러질 듯 가녀린 손끝의 떨림에 마음이라도 가려고 하면 어느새 힘차고 활기찬 발의 잰 걸음 사위로 관객을 흥분시켰다. 정 감독은 무대에서 '살풀이춤' 과 '부채춤'을 직접 추며 관객과 마주했다. 기방예술을 이어받아 춤사위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는 이매방류 살풀이춤과 한국춤에 있어 정형미의 교본인 김백봉류 부채춤은 그 춤의 호흡이나 움직임의 흐름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난다. 이처럼 너무도 다른 두개의 춤을 내면의 우아함과 농익은 편안함으로 자신만의 살풀이춤과 부채춤으로 완성하여 벅찬 감동으로 관객에게 선사하였다.

공연의 대미는 '계룡대동굿'이다. 마을의 단결과 화합의 상징인 큰 제의(祭儀) 대동굿이 한바탕 무대에서 벌어진다. 흔히 예상하는 대동굿의 형태가 아닌 원형에 바탕을 두고 재창조 돼 연희되는 계룡대동굿은 전통의 지루함이 아닌 다양함으로 볼거리를 선사하며 '대동굿'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공연은 2014년 개개인의 소망과 희망을 담은 무용수들의 힘찬 발걸음과 몸짓 그리고 우렁찬 함성이 계룡이 되어 무대를 날아다니고 객석의 관객은 신명의 리듬과 울림에 이끌려 계룡 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신명나는 한판 굿이 끝을 맺었다.

김정련<무용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