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 댄스 페스티벌



月俸 최수룡(수필가)





장마가 끝나고 열대야가 남부지방에서부터 이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어제는 뉴스를 들으니 더위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4~5명은 된단다. 저녁을 먹고 후텁지근한 날씨로 집에서 마땅히 할 일도, 앉아 있기도 어려워서 산책을 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나갔다. 근래에 자주 더운 날씨 탓을 하며 거의 빠짐없이 나가게 된다.



3청사 정문을 지나 둔산동 아파트 단지 있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푸른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는 공원을 지나게 된다. 근래에 늘씬한 소나무들을 공원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대전시에서 천만 그루 나무 심기의 일환으로 대전시내 여러 곳에서 이러한 멋진 소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도 멋진 소나무의 식재로 더욱 아름답고 멋진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을 지나 대전엑스포 남문 쪽을 향하는 길에 신나는 음악소리를 들었다. 얼핏 시립미술관 분수대에서 해마다 이맘 때 쯤에 공연하는 대전시립무용단이 생각이 났다. 나는 아내에게 공연을 하는 것 같다며 들렸다가 가자고 하여 발걸음을 서두르게 되었다.



이곳 대전시립미술관 분수대에서 해마다 연극공연과 무용 및 뮤직 페스티벌 등을 보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오늘은 어떤 공연하는지 궁금증이 더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분수대 주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출연자와 즐거움을 함께 하고 있었다. 춤추는 도시 대전을 꿈꾸며 Dance Festival of a Summer Night 이라는 문자가 플래카드에 멋지게 디자인이 되어있고, 분수대의 아름다운 조형미와 시원한 물을 배경으로 시립미술관의 조형물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오늘은 음력으로 6월 보름이기에 휘영청 밝은 달은 더욱 여름밤의 운치를 느끼게 해 주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서은정과 라디나미까댄스가 공연이 되고 있다. 대전시립무용단에서 2000년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빠지지 않고 이곳에서 공연을 해 왔다고 한다. 오늘부터 8월 25일까지 토요일 마다 오후 8시부터 공연이 1시간 정도 이루어진단다. 공연 준비를 위해 잠깐 쉬는 시간에 해설자가 8월 4일은 대전시립무용단의 공연으로 '떨림2', '컴플렉스', '꽃대' 등을 공연하고, 8월 11일은 최성옥 메타댄스 프로젝트 '낙원의 이방인 3'을 공연하며, 8월 18일은 대전시립무용단 '신 별주부전'이, 8월 25일은 문치빈 발레단의 '바람의 날개'가 공연이 된다며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많이 관람해 주시길 당부를 한다.



아내는 운동을 하다 말았기 때문에 하던 운동을 마저 하자고 옆구리를 찌르며 독촉을 하였지만, 나는 음악과 댄스에 취해 그 자리를 뜨기가 싫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나는 주위의 분위기와 공연하는 출연자와 함께 어울려 소리도 지르고 박수를 치며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아름다운 주위의 배경과 연출자들이 온몸을 던져 춤을 추는 열정과 아름다운 조명으로 이 더운 여름밤을 아름다움에 몰입을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옛날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이 많은 시민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넓게 펼쳐진 이곳 아름다운 대전시립미술관 야외 조각 공원, 분수대에서 문화생활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였을 것이다.



언제인가는 충청도 사람들이 양반이기 때문에 점잖 하여 공연이 끝나면 박수도 잘 치지 않고, 흥겨움의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은 일이 있다. 그러나 근래에 놀이마당이나 공연장에 참여를 해보면 함께 출연진과 어울려 흥겨운 놀이마당을 즐기는 것을 보며 잘못된 편견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몸으로 제스처를 해가며 신 바람나는 추임세와 장단을 치며 출연자들과 함께 흥겨워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오늘도 사회자나 출연자가 의도적으로 흥을 돋우기 위해 박수나 몸동작을 유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관람객들은 공연 분위기에 도취되어 모두 흥겹게 음악에 맞추어 손뼉도 치고 아름다운 손동작이 이루어지는 놀이마당을 보고 공연문화가 많이 성숙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날 때 까지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댄서들의 아름다운 몸짓과 다이나믹한 동작에 매료되어 너무 빨리 끝난다는 느낌을 받으며 아쉬운 자리를 뜨게 되었다. 다음 주에는 성당 교우들과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이곳에서 한 여름 밤의 댄스 페스티벌을 함께 감상하여야 하겠다며 아쉬운 발걸음은 갑천내로 향하였다. 이 무더운 여름밤의 열기를 식혀줄 멋진 야외 공연의 시원한 문화 예술의 바람으로 문화생활을 하는 시민들은 얼마나 축복을 받는 것인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니 벌써 보름달은 중천에 휘영청 더욱 밝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