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어화신명을 봤습니다.



전 평론가도 아니고 무용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지만



무용공연을 접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 모든 예술작품이 그러하겠지만, 안무자가 보편성을 선택하느냐 특수성을 선택하느냐의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보편성과 특수성...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임권택 감독이 베를린(베니스?)영화제에서 취화선으로 감독상인가 뭔 상인가를 탄걸 기억하실 겁니다. 그전에 서편제로도 많은 상을 수상 했었죠...임권택 감독이 베를린이나 베니스 영화제에서 항상 황금사자상이나 은곰상 문턱까지 갔다가 좌절되는 이유가 바로 특수성을 강조한 영화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나라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거죠...특수성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서양사람들에게 어필을 하긴 합니다. 그러나...특수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항상 차하위 상을 주곤하죠.



말이 길어졌지만...어화신명은 우리나라...대전일반시민들을 위한 보편성은 완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용단이라는 간판을 걸고 하는 공연치고는 무용의 특수성은 많이 결여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세금가지고 운영되는 단체이니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무용공연을 거의 가무극 수준으로 안무한 것은 일반 시민들의 보편성 확보를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무용을 정녕 예술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양보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죽어도 양보못하는 철학도 필요합니다. 보기 좋고 재미있게 만들어서 당장 관객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듣는것이 예술하는 이의 진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가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에 대해서 알아보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무용도 마찬가지 입니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본질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공연하신 모든 분들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대전시립무용단이 있어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