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2010년 3월 - 백조의 호수
Name shines
Date 2010-04-26 3시15분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유니버설발레단 2010년 3월 - 백조의 호수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유니버설발레단 2010년 3월 - 백조의 호수 >

무용예술의 미학적 존재론적(ontology) 특성은 공연이 끝나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는 ‘소실성’에 있다. 문학은 책으로 남고, 회화는 그림으로 남고, 음악은 악보로 남는데, 무용은 공연이 끝나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예술 존재론적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으로 보면, 무용처럼 영원한 예술이 없다. ‘안무’로 기억되어 전승되고 공연되는 무용공연의 연속성을 이야기 한다.

이는 대단히 역설적이지만 무용공연의 ‘영원성’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면에서 볼 때는 무용은 순간적이면서도 영원한 예술이다. 하지만 무용은 공연할 때마다 달라지는 예술이다. 즉 서구의 무용미학자들은 “우리가 지난 주말에 본 ‘백조의 호수(Swan Lake)’는 우리가 오늘 저녁에 본 ‘백조의 호수(Swan Lake)’와 같은 공연인가 혹은 다른 공연인가?” 하며 무용예술의 미학적 존재론적 특성을 파고들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오늘 보는 ‘백조의 호수’ 공연은 우리가 지난주에 본 ‘백조의 호수’ 공연과 같은 공연이면서도 다른 공연이다. 무용 공연이 볼 때 마다 달라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공연에 출연하는 캐스트들이 공연 때 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평자는 지난 3월 29일 장면 하나하나를 고귀하게 다듬어 정교하게 펼쳐 나가던 유니버설발레단의 또 다른 < 백조의 호수 >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보았다.

막이 오르고 12명의 남자 군무들이 상쾌한 움직임과 도열을 이룬다. 광대(조주환)가 무대를 빠르게 움직이고, 키 크고 멋진 왕자(이반 질 오르데카)가 들어선다. 꽃을 든 12명의 여자 군무들도 우아한 움직임을 화사하게 이루어 나간다. 군무와 광대, 그리고 왕자의 움직임들이 모두 자연스럽고 기품 있다.

다시 남녀 무용수들이 황금 잔을 들고 서로 대칭되는 움직임을 느리지만 밀도감 넘치게 이루어 가는 것이, 벌써 오늘도 또 ‘큰’ 공연을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어지는 파 드 트루아도 이날 발레 공연을 명품의 반열로 올리는데 큰 기여를 한다. 흔히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가볍게(?)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은 이 3인무는, 이날 공연에서는 마치 현미경으로 보는 듯이 입체적인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착한 쌍둥이처럼 생긴 두 여인(김나은, 손유희)의 예쁜 도약 움직임은 - 이날 공연에서 이 두 여인의 소박한 듯이 맑고 상큼하게 이루어지던 움직임과 이미지는 우리 한국 발레의 ‘정체성(identity)’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 객석 관객들의 가슴까지 떨리게 했음이 틀림없고, 마치 서양무용수 같은 느낌을 주던 남자무용수 강민우의 움직임도 경쾌하면서도 섬세하고 차분했다.

강민우가 중앙에서 두 여인을 부축하며 끝나던 이 파 두 트루아는 움직임에서 살아 있는 숨결을 느끼게 했으며, 풍요로운 하나의 ‘예술작품(a work of art)’이 되어 있었다. 계속해서 찬란한 군무가 이어진 다음, 왕자만 남고 무서운 듯이 애잔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흐른다. 남자 시종 4명이 나타나고 1막의 막이 내린다.

인터미션 없이(이날 공연은 탄력 있게 진행되었다) 이어진 2막에서는 무대 후방의 보름달이 뜬 호수에 8마리의 백조가 흐르고 있다. 악마 로스바트가 검은 날개를 휘저으며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왕자와 백조의 여왕(강예나)이 만난다. 26마리의 백조가 눈이 시릴 것 같은 포즈로 도열한 가운데 백조여왕의 깊은 아라베스크 퐁세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2인무가 이루어진다.

4마리 백조의 움직임이 있은 다음 다시 2인무가 이어지는데, 강예나의 이미지가 완벽히 살아나지는 못한다. 여기서 결론적으로 미리 이야기하면, 이날 공연에서 강예나는 오데트 역할보다는 오딜의 역할을 훨씬 더 잘 소화시켜내었다. 군무들의 환상적인 이미지의 창출이 계속 이루어진 다음, 2인무가 계속되려고 하는데 악마가 백조여왕을 데리고 사라진다.

인터미션후 이루어진 궁정 무도회 장면에서의 유니버설발레단의 각국의 캐릭터댄스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예술적 탄탄함과 두터움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6나라의 공주가 왔는데도 전혀 기뻐하지 않는 왕자를 두고 이루어진 화려하면서도 활기찬 각국의 무용은 결코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아니고, 무용 하나하나에 예술적 표현을 담고 있었다.

드디어 악마와 함께 흑조여왕 오딜이 나타난다. 이때 평자는 오데트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하던 강예나가 오딜에서는 어떻게 할까하는 생각에 빠진다. 왕자와 깊은 사랑에 빠지는 오딜의 이미지가 2막 오데트에서 보다는 훨씬 선명하고 뚜렷하다. 충분히 느낌을 만들며 객석에 여유 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날 강예나는 오데트에서는 성공하지 못햇으나 오딜에서는 성공했다. 이날 강예나는 ‘궁정’에서는 잘 했지만, ‘호숫가’에서는 조금 그렇지 못했다. 분절되는 움직임들이 명쾌한 느낌 까지 던지던 강예나의 오딜 연기는 예술적 품위까지 느끼게 해주면서, 오데트 연기에서의 아쉬움을 한 번에 상쇄시키고 있었다.

왕자가 오딜에게 사랑을 맹세하는 순간, 무대 후방에 오데트가 비치고 무대는 엄청난 혼란과 슬픔 속에 빠져 든다. 계속 탄력 있게 4막으로 이어지며, 중간 막 앞에서 왕자가 슬프게 앉아 있다. 중간막이 오르고 호숫가에 백조여왕과 군무들이 있다. 군무들이 무서울 정도로 예리한 이미지의 라인을 이루며 서 있다.

왕자와 백조여왕이 다시 만나 힘겨운 사랑을 새롭게 이어갈 때 또 악마가 나타난다. 왕자와 악마의 생명을 건 결투가 이어지고, 왕자와 악마가 모두 쓰러져 죽어가자, 백조여왕이 슬픈 날갯짓을 이루고 있으며, 객석에서는 진한 감동과 함께 예리한 예술적 전율이 넘쳐흐른다.

공연 내내 거의 모든 장면을 보석 같은 이미지로 채워나가던 이날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에서 특히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군무들의 입체적이고 선명한 움직임과 라인들이었다. 이날 군무들의 공연은 평자가 그동안 본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영국로열발레단, 등등 세계 어느 유수한 발레단의 군무에도 그 예술성에서 뒤지지 않았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우리나라 클래식발레의 ‘국가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발레의 ‘한국화’ 혹은 ‘국제화’ 라는 것이 무조건 한복을 입고 토슈즈를 신고 포인터해야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김연아가 이미 서구에서 만든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를 제패하며 우리들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김연아는 결코 서구 피겨스케이팅의 룰이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결코 서구 선수들이 표현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예술적 뉘앙스나 느낌이나 표현 방식으로 세계 최고가 되었다. 이날 공연에서 평자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를 제패한 김연아를 연상할 수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클래식발레 공연에서 우리나라의 ‘국가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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