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온도가 29도였던 지난달 30일 오후 8시 대전 서구 만년동 대전예술의전당 야외원형극장. 낮 동안 내리쬔 열기가 아스팔트 바닥에서 채 떠나지 않은 시각 돗자리를 깔고 앉은 시민들은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무대 조명이 바뀌면서 기다리던 공연이 시작되자 한순간 시선이 모아졌다. 너덜거리는 허름한 의상을 입은 대전시립무용단 무용수 세 명이 ‘반딧불이의 묘’ 무대를 펼친다. 신나는 음악과 춤사위에는 웃음소리가 터졌고 서정적인 독무가 이어졌을 땐 낮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대전시립무용단의 17번째 ‘한여름 밤 댄스 페스티벌’이 시민들의 호응 속에서 막을 내렸다.

지난달 28일부터 3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축제에는 2000여명의 시민이 자리했다. 지난해보다 2~3도가량 높아진 기온에도 불구, 많은 가족 단위 시민이 참여해 공연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무용수의 춤사위를 사진에 담기 위해 출사 나온 동호회 회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 날은 대전시립무용단과 조주현댄스컴퍼니가 무대를 꾸몄다. 시립무용단은 고아가 된 세 남매가 전쟁의 참혹함에 못 이겨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의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를 원작으로 한 무대를 선보였다. 원작 애니메이션 영상 일부를 무대 장치로 활용해 어린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조주현댄스컴퍼니는 화려한 현대발레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대전 출신의 발레리노 윤별의 날렵한 몸짓은 관객의 찬사를 자아냈다. 객석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공연 중간 중간에는 조주현 대표가 발레 몸짓을 알려주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시민 김현정(23ㆍ여ㆍ유성구 계산동)씨는 “바닥이 뜨끈했지만 편안하게 즐기는 공연장 분위기가 좋아서 재밌게 지켜봤다”며 “무용수의 몸과 몸짓이 아름다웠는데 그동안 쉽게 볼 수 없는 무용 무대를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대전시립무용단 관계자는 “무더운 날씨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공연을 즐긴 많은 분께 감사하다”며 “예술공연이 뜸한 휴가철, 이번 페스티벌이 좋은 여름밤 축제로 기억돼 내년에도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 신문게재 2016-07-31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