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주말 밤, 무더위에 잠 못들고 있다면 대전시립미술관 앞 야외 무대로 나가보자. 분수대의 물빛과 밤 하늘의 별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전시립무용단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오후 8시 대전시립미술관 야외 무대에서 '한 여름밤 댄스 페스티벌'을 선보인다.

한여름밤 댄스페스티벌은 2000년부터 시작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무용 축제다. 올해는 대전, 충남에서 활동하는 4개 단체와 서울에서 활동하는 2개 단체가 초청됐다. 연령, 직업, 계층을 넘어 춤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화합의 시간이 마련된다.

이번 무대는 '시와 춤의 만남'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무대에 출연하는 여섯 팀이 각각 준비한 시와 어울리는 춤의 무대를 선보이게 된다. 시에 맞춰 춤추는 일은 과거에도 종종 시도되던 작업인데, 안무자가 어떤 성격, 어떤 분위기로 무대를 이끌어나갈지 많은 무용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첫 공연은 우수한 창작발레 레퍼토리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는 조윤라 발레단의 무대로 시작된다. 문정희 시인의 시 '목숨의 노래'로 발레의 아름다움을 시민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환갑이 가까운 조윤라 교수가 직접 무대에 출연, 우아한 몸짓을 선보인다.

이어질 두 번째 무대는 대전시립무용단의 수석단원 김기석이 용혜원 시인의 '낯선 바람'을 소재로 작품을 올린다.

'화냥기 가득한 바람이 / 마음을 콕 찍어 흔들어 놓으면 / 질펀하게 놀아보고 싶다 // 거세게 불어닥쳐 / 힘껏 움켜잡으면 어쩌질 못해 / 잰걸음으로 달려가 살풀이라도 하고 싶어 침을 꿀꺽 삼켰다' (용혜원 '낯선 바람')

임자영, 오송란, 이유라 등 9명이 출연해 바람처럼 자유롭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고 싶은 화자의 욕망과 몸부림을 격렬하게 표현한다.

둘째날은 서울의 2개 단체가 공연을 선보인다. 첫 무대는 김민희 글로벌 컴템포러리 발레단의 무대가 준비됐다. 1993년 '김민희 한양발레 아카데미'로 시작, 2006년 글로벌 컨템포러리로 명칭을 변경해 실험적인 정신과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안무가 및 무용가를 배출하고 있다. 공연은 13명의 무용가가 최상급의 안무로 정인복 시인의 '그대안의 천국'을 선보인다.

두번째 무대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창작 공연으로 2010년 대구 현대무용축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김현남댄스랩의 '장미 한 송이'가 펼쳐진다. 용혜원 시인의 시에 담긴 장미 한 송이를 건네줄 사랑하는 이를 찾는 화자의 애타는 심정을 표현했다.

마지막 날인 29일은 춤 목련회의 '어차피 떨어지는 꽃잎 이거늘…' 현대무용이 펼쳐진다. 누구나 인생의 정점에서 빛나는 꽃을 피우길 바라지만 언젠가는 지기 마련이라는 박인환 시인의 메시지를 담았다.

춤 목련회는 1996년 창단되어 15년 이상을 우리춤 문화마당공연을 100회 이상 펼쳐 무용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을 위한 작품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마지막을 장식할 팀은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라 디나미까 댄스의 춤이다. 이해인 시인의 '한 방울의 그리움'을 소재로 사랑의 그리움과 애절함을 역동적인 춤으로 표현했다. 댄서들의 박진감 넘치는 에너지가 객석을 무대로 이끌어 관객과 무용수를 하나로 모으는 장이 될 것이다. 전석 무료. ☎042(610)2284 정민아 기자 mina@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