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무용단이 19∼20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올린 ‘처용’은 시립무용단 정은혜예술감독의 2011년 대한민국무용대상 ‘대상’수상작으로 기존의 작품에 시립무용단이라는 전문단체가 입혀지며 수정·보완 완성된 작품이다. 훌륭한 무용작품은 오랜 세월을 거치는 안무가의 연구와 노력으로 완성되는데 이러한 무용작품이 한 번의 공연으로 사장되지 않고 전문단체와 만나 재 공연되는 자체가 반갑다.

작품은 '처용'.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향가‘처용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처용가’를 현대역을 하면 다음과 같다. "동경 밝은 달에/밤드리 노닐다가/들어와 자리 보니/다리가 넷이어라/둘은 내 것이런만/둘은 뉘 것인고/본디 내 것이다만/빼앗긴 걸 어찌하릿고." 작품은 처용, 처용의 아내, 역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솔로, 2인무, 군무가 자연스럽게 엮이며 촘촘히 잘 짜여있다.

먼저, 영상으로 동해 용왕이 투영된 후 막이 오르며 처용의 탄생부터 시작하는 공연은 처용(김기석)과 처용의 아내(정세연)가 수줍은 듯 사랑의 춤을 선보이는 시점부터 이야기는 향가‘처용가’에서 자연스럽게 인물간의 관계 조명으로 변한다. 즉, 처용과 처용의 아내, 처용의 아내와 역신, 처용과 역신, 다시 처용과 처용의 아내 등으로 옮겨지는데 섬세하다 못해 사실적인 심리극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단순히 인물들의 관계에만 집중하지 않고 현대역한 ‘처용가’의 스토리텔링에도 충실한 무용‘처용’은 관객이 공연관람을 통해 자연스럽게 처용설화를 이해하게 하며, 이해와 용서의 소통을 공감하게 만든다.

처용의 고뇌이자 번민의 근원인 역신(정진용)은 그 등장부터 심상찮다.

처용과 처용의 아내를 비추던 맑은 달이 붉게 변하며, 마치 지옥 불에서 나오는 듯 무대바닥을 뚫고 등장하는 역신은 형상 또한 괴기스럽다. 이 때 무대 오른쪽 뒤편에서 폭넓은 치마를 펼쳐들고 등장한 무용수들과 역신의 군무는 이후 처용과 역신을 대비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탐욕스럽다.

처용가 “동경 밝은 달에/밤드리 노닐다가... ...”

신라의 달밤 풍경이 조명과 영상이 만들어주는 몽환적이고 아련함으로 처용과 여인들의 군무로 그려진다. 이어지는 역신과 처용의 아내, 처용과 역신의 애증과 갈등은 복잡하게 충돌하며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주홍글씨를 새긴 듯 붉은 의상으로 갈아입은 처용의 아내가 가시나무로 채워진 무대에서 절망할 때 처용탈을 쓴 이들이 용서와 위로를 건넨다. 마침내 처용은 모든 것을 수용하고 관용을 베풀어 아내를 용서하고 홀로 구도의 길을 떠나며 공연은 끝이 난다.

오늘 ‘처용’은 풍성하고 가벼웠다. 전통과 창작의 조화, 함축된 춤 언어 속에 녹아있는 안무자의 주제의식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보여지는 이야기로 풍성했다면, 시립무용단원들의 표현력은 관객들의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 올리고, 이해에 도움을 주어 춤 해석을 가볍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