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의 명작 '나무꾼과 선녀'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마음씨 착한 노총각이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구해준 덕분에 선녀의 날개 옷을 감춰 행복하게 살다가 그 옷을 내어주는 바람에 선녀 및 자식과 헤어진다는 이야기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보니 결말이 여러가지 버전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나무꾼과 선녀가 지상에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전래동화는 행복한 결말이 주를 이루는데 왜 이 설화만 유독 슬프게 끝나는 것일까.

대전시립무용단은 나무꾼과 선녀 설화를 소재로 만든 창작 초연작 '한울각시'를 새롭게 선보인다.

'미얄', '처용' 등 한국의 전통 설화를 토대로 다수의 창작 무용 작품을 무대에 올려온 정은혜 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이 이야기를 단순한 슬픈 엔딩이 아닌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인간'이라는 생태환경적인 주제의식으로 승화시켰다.

작품의 이름인 '한울각시'는 단순히 하늘에서 온 선녀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울'의 뜻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높은 하늘이 아닌 다수가 어울려 살 수 있는 '한울타리'를 뜻한다. 즉, 인간이 언제나 가까이 둘 수는 없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이상향과 절대미를 품은 '대지의 여신'을 가리키는 것이다.

정 감독은 "나무꾼은 욕망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지만 결국은 대자연의 품 속으로 돌아가 위안을 얻는다"며 "인류의 보편적인 꿈과 욕망의 안식처는 대자연이라는 생태환경적 주제의식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설화는 단순한 옛날 얘기가 아니라 이 시대의 이야기로도 비친다.

예를 들어, 선녀를 쫓는 나무꾼의 모습 속에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바라보는 현 시대 실업 청년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작품은 선녀와 나무꾼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과 하늘로 올라간 나무꾼이 쫓겨나는 모습 등이 극적인 몸짓과 장치로 실감나게 표현될 예정이다. 단원들의 축척된 역량은 현대적인 소재를 활용해 감각적으로 나타낸 무대와 이번 작품을 위해 홍동기 음악감독이 새롭게 창작한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대전시립무용단 관계자는 "선녀와 나무꾼 설화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몽골, 시베리아, 중국 등의 아시아 전역에 비슷한 유형으로 전래되고 있다"며 "여러 지역에서 전래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며 이번 작품이 동시대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세계적인 예술 콘텐츠로 자리매김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립무용단 제53회 정기공연 '한울각시'는 6월 1일과 2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펼쳐진다. 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5시. 5000-1만원. ☎042(610)2284

정민아 기자 mina@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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